황순원의 송아지, 소년과 송아지의 우정 6.25도서

옛 소설을 읽으면 마음이 맑아지면서 짠한 감동을 맛보는 경우가 꽤 많이 있습니다. 황순원의 송아지가 제게는 그런 글이었습니다. 잔잔하게 읽어내려다가 끝에 가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기 때문입니다. 

등장인물

돌이 : 초등학생, 삼학년 봄방학때 아버지가 사온 볼품없이 마른 송아지를 처음 봤을때는 실망했으나 먹이를 주고 키우면서 서서히 애정을 가지게 됩니다.

송아지 : 돌이와 형제처럼 지내는 돌이네 송아지입니다.

아버지, 어머니: 평범힌 시골 농민입니다. 

 

시대적 배경

이야기의 시작은  한적하고 고요한 평화로운 농촌 마을입니다.  이야기의 후반 이후에 6.25가 일어나면서 온 동네 사람들과 같이 돌이네도 전쟁의 소용돌이로 흘러갑니다.

줄거리

부모님과 농촌에서 사는 돌이네에 송아지가 함께 하게 된 것은 돌이가 3학년때였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한 푼 두 푼 소중하게 모은 돈으로 사온 송아지가 너무도 마르고 볼품없어서 돌이는 처음에 실망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직접 여물을 주고 이따금씩 소가 좋아할 콩도 한 줌씩 넣어줍니다. 어느덧 돌이는 실망했던 첫 마음을 잊어버리고 아침마다 마당비로 송아지를 쓸어주기도 할 정도로 정이 듭니다. 그때마다 제법 의젓하게 있는 송아지. 그런 송아지가 제법 자라자 아버지는 마을 다른 어른과 함께 고뚜레를 뚫습니다. 고통스럽게 눈물을 흘리는 송아지를 보고 '저것도 사람처럼 눈물을 다 흘린다'며 마음이 아팠던 돌이는 콩을 몇 줌 더 가져다 줍니다.

 

이후 돌이는 송아지를 마치 동생처럼 대합니다. 코뚜레를 살짝살짝 놓아주면서 달음박질 경주를 하고 낟알 잎을 먹는 송아지에게 힘껏 때리는 시늉만 하지만 실제로는 가볍게 "그걸 먹음 못써, 다시 그런 짓 했단 알지?"하고 애정을 담아 말을 해주곤 합니다. 

 

그러나 6.25가 일어나면서 상황이 달라집니다. 전쟁은 먼 나라 이야기인줄 알았던 평화롭던 돌이네 마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사람들이 다치는 것은 물론 집이 타버리는 일도 생기고 하루 걸러 군인들이 들이닥쳐 곡식과 가축물을 끌어갑니다.  돌이네에 온 군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송아지를 끌고가려던 군인이 총부리를 겨누는데도 돌이가 송아지의 목을 꼭 안은 채 떨어져나가지 않자 결국 군인은 '지독한 놈'이라고 말하며 가버립니다.

 

하지만 이제는 송아지와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옵니다. 온 동네가 전쟁을 피해 피난을 가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송아지두 데리고 가지?"라는 돌이의 질문에 아버지는

"안 된다. 강 얼음이 아직 엷어서, 사람이나 겨우 밝구 건널까 말까 한데"하고 한숨을 지을 뿐입니다.

 

눈물어린 마음을 놔두고 송아지를 뺀 돌이네 식구들은 피난을 떠납니다. 얼음길 위를 걸으면서도 얼음이 꽁꽁 얼어 송아지를 데려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돌이, 그런 돌이가 무심코 바라본 집에서는 송아지가 탈출해서 돌이네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이내 얼음판에 들어서는 송아지. 뒤에서 부모님이 돌이를 부르지만 돌이에게는 송아지가 다칠까봐 애타는 마음뿐입니다. 드디어 송아지와 만나는 순간 얼음장이 깨져버립니다. 강물로 빠지는 송아지. 돌이는 끝까지 송아지의 목을 꼭 그러앉습니다.

감동깊었던 장면 

감상1

송아지를 끌고가려던 군인의 총 앞에서도 송아지의 목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던 돌이의 묘사가 기억에 남습니다. 아마도 총이라는 게 뭔지 정확히 알지 못해서 그런 용기를 냈다고 치부할수도 있을것입니다. 어려서 그런거라고 말할 수도 있을것입니다. 하지만 다들 알 것입니다. 어려서 더 무섭고 알지 못하기에 더 두렵다는 것을.하지만 그 두려움을 떨쳐내야할 만큼 송아지는 돌이에게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감상2

송아지만 남겨 두고 집을 떠아야 하는 돌이의 모습이 가장 마음을 먹먹하게 했습니다. 혹시라도 송아지가 배고플까 콩을 담뿍 넣어 쑨 여물을 송아지에게 잔뜩 먹이고. 나중에라도 먹으라고 콩깍지와 물을 더 담뿍 가져다 놓습니다. 

"그렇게 해 놔도 소용없다. 얼면 못 먹을 걸"이라고 혀를 끌끌 차는 어머니의 말에 돌이가 "송아지에게 콩깍지와 물을 좀 주세요"라고 큼직한 글씨로 써 놓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났습니다. 전쟁이라는 북새통에 누군가 우연히 찾아와서라도 자신과 같은 마음으로 송아지를 돌보아줄거라는 사람에 대한 믿음과 돌보아 주었으면 좋겠다는 어린 소망에 목이 메였기 때문입니다. 현실은 아버지의 말처럼 잡아먹히고 말텐데요.

 

감상3

그토록 보고 싶었던 송아지와 만나는 순간 얼음장이 깨져버립니다. 그 순간에도 놓지 못하는 송아지와 돌이의 우정은 마치 6,25때 어쩔 수 없이 헤어진 수많은 가족들의 아픔같았습니다. 단지 오붓하게 욕심없이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것 뿐인데 그 소망마저 앗어가버리는 전쟁의 슬픔을 한 순간 엿보게 되는 장면이었습니다.

 

황순원에 대하여

1915년에 출생한 우리나라 대표 소설가입니다. 어린 소녀와 소녀의 서정적인 사랑을 그린 '소나기'부터 도공의 인생을  흙과 불을 통해 표현한 '독 짓는 늙은이' 외에도 '학", '목넘이 마을의 개' 등 다양한 작품활동을 하였습니다.

황순원 소설의 주인공들은 (특히 중고생 필독도서 등) 순하고 찬찬하지만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ㅓ, 또는 동물에게 아낌없이 정성을 쏟는 캐릭어입니다. 자신의 삶은 자신이 결정하게싿는 황순워의 의지가 들어납니다. 특히 위의 송아지에서는 생명체에 갖는 황순원의 생명존중 사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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